단상 [단상] 성매매특별법_사랑의 매 2016/04/06 12:43 by 띠띠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부모가 아이를 체벌할 때 근거로 드는 어구이다. 어구는 아이가 건전한 가치관을 갖추며 살도록 하기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지닌다. 때린다며 신고하면 되려 혼이 나는 한국 사회에서 이 논리는 꽤 타당하게 여겨졌고 보편적으로 작동했다.


체벌 논리는 최근 육아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영역까지 뻗어나갔다. 지난 달 31일,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성매매 합법화가 성 산업을 키우고 노동시장 기형화를 이끌어, 국민의 경제적 및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 국민의 성도덕을 더욱 문란하게 한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이번 판결로 성 구매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처벌 대상으로 남게 되었다. 일각에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생존을 위한 자발적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헌법 재판소 역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위와 같은 생각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성매매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제시했다. 사실상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매매 시장, 즉 사회 구조에서 찾은 것이다.


하지만 헌법 재판소의 문제 의식은 거기까지다. 헌법 재판소는“성매매 여성에 대한 문제는 성판매의 비범죄화(합법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다”라며 성매매 여성에게 낙인 찍는 역할을 거두지 않았다. 대신 성매매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이자 가장 약한 고리인 ‘성매매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손쉽게 찾은 목표인 만큼 해결방안도 간단했다. 


그러나 헌법 재판소의 손쉬운 해결책이 성매매 시장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 판매자가 성매매의 유혹을 이겨내고 자립할 수 있을 만큼 한국 사회의 사회 안전망은 강력하지 않다. 또한, 성 구매자가 성매매가 야기하는 폐해를 인식할 만큼 한국 사회의 의식 수준은 높지 않다. 높은 공급과 수요가 형성되기 좋은 환경 속에서 성 판매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성매매 여성이(아이가), 인간의 존엄성(건전한 가치관)을 갖추며 살기 위해, 성매매(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처벌(체벌)한다.” 이번 판결은 체벌 논리를 그대로 답습했다. 국민을 훈육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의 처지에 공감하지 못한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성매매 여성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하지 않을까? 아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사랑의 매가 아동폭력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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