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은 무엇일까?

글로 글에 대해 쓴다는 것.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그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적은 있었다.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대상을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쓰거나, 특정 대상의 의미를 글로 쓰거나 그런 적은 있었다. 그러나 글이 무엇인지 글로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쓴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항상 나는 책무에 시달리고는 했다. 글을 쓰지 않은 시기가 길어질수록, 내 안에는 묘한 죄책감이 쌓였다. 누가 닥달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스스로 다그쳤고, 목표를 이루지못해 죄스러워했다. 


그 이유는 글쓰기에 나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일 테다. 진심이 담겨있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진심이란, 말 그대로 진심, 진짜 마음 혹은 진실한 마음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 중 적지 않은 일부를 떼어다 글쓰기에게 줬다. 그래서 중학교 때 소설을 쓰고 싶었고, 대학에 입학한 후 문학비평동아리에서 글을 읽고 썼으며, 군대 때는 수많은 수첩에 나의 단상을 빠짐없이 적었다. 전역 후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 지금은 어그러진 꿈이지만, 한때 기자를 꿈꿨다. 글로 사실을 전달하는,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그 일을 동경했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글을 쓰지 않고 있다.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내버려둔다. 내 글이 부당한 비판을 받아도, 주변 사람이 나로 하여금 더는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해도 참는다. 괜찮다고 웃어넘긴다. 다른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한번 넘어가고 한번 참는 동안, 글은 나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마음을 떼어 내어준 대상을 외면하는 삶. 처음에는 힘들었지 점차 익숙해졌다. 글을 쓰지 않고, 더는 내 생각을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진다.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뭐 라며 타협한다.


그러나 대가는 컸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나는, 그런 나를 존중하지 못했다. 글쓰기를 외면하기 시작한 이후, 나는 나의 속성들을 존중하지 못했다. 나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방어막이 사라졌고, 나는 더욱 쉽게 상처받았다. 그리고 더욱 쉽게 상처받도록 스스로를 내몰았다.


더는 안 된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것들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갈등이 두려워, 글쓰기를 비롯한 나의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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